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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기억하고 싶은 것

침이 고인다침이 고인다 - 10점
김애란 지음/문학과지성사

 나는 책을 읽으며 감각적으로 흥미가 동하는 행위에 관심이 없다. 항상 가방 안에는 책이 있지만 재기 발랄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는 내용의 책이 대부분이다. 삶 자체가 굴곡없이 평범하게 흘러가는 것이란 인식에 바탕한 까닭일까. 내게는 허구로 읽는 이야기조차 현실과 닮아야 한다는 강박관점이 있다. 
 얼마 전 김애란이란 작가의 인터뷰를 읽고 그녀의 소설을 찾았다. '침이 고인다'라는 제목과 아담한 책크기. 은근하게 읽는 이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누구나 다 겪는 일들, 심지어는 너무나 뻔한 일들의 나열까지-그녀의 소설을 통해 읽을 수 있었다. 굳이 내가 아는 일들을 소설로 다시 읽어내는 게 무슨 의미인가 하겠지만. 실은 삶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들이 -그 중요성의 고하를 막론하고- 소설로 쓰여진 건 결국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삶 속에서 잃어버린 것, 앞으로 잃어버릴 것들에 대해 고민한다. '도도한 생활'의 그녀는 어린시절 함께하던 피아노를 잊지 못하고, '침이 고인다'의 후배는 어린 자신을 도서관에 버린 어머니를 그리워 한다. 과거의 슬픈 기억은 현재로까지 이어져 반복된다. 과거와 현실 속에서 각인된 상실은 결국 미래에서까지 그것이 예정되어 있기에 절망적이다. 삶을 관통하는 변칙적인 모습들 속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삶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잃어가는 과정이다.

 아마 그녀의 맛깔스러운 문장 속에 담겨진 이야기들의 의미는 그런 것일게다. 소설 속 이야기는 우리가 뻔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의 나열일 뿐이다. 결국엔 그 익숙한 풍경들조차 우리 눈앞에서 사라질 것이다. 아무리 시시한 것일지라도 결국엔 사라진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그 속에서 상처입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 소설은 쓰여진다. 시간 속에서 이루어 지는 수많은 상실들은 '기억'이라는 행위를 통해 보듬어 지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삶의 아픔을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냉소적으로 기억해 내는 그녀의 소설이 좋다.
http://qkstkak.egloos.com2007-12-24T03:59:470.31010

by 효모 | 2007/12/24 12:59 | 평범한 독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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