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 신을 가두기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 10점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황매(푸른바람)

 종종 젊음이 버거운 순간이 있다.

 근래의 나는 종종 "빨리 할머니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늘어 놓는다. 결국 옆의 40대 아저씨에게 자기는 뭐냐는 핀잔을 듣게 되지만. 
 
 20대의 젊은 시절은 남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허무함이란게 있다. 딱히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별것 아닌 일들이 대단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 뭔가 일은 자꾸 틀어지고 허무해지고 허우적대도 벗어날 수 없는 수렁처럼 인생은 꼬이기만 한다. 그런 느낌은 마치 아무리 고치려고 색을 덧발라도 점점 더 기괴한 형상을 띄게되는 그림을 쳐다보는 것 같다.

 내가 남들이 납득할 만한 외적인 결함이 큰 사람도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고민이 남들과 달리 유난스러운 것도 없다. 모두가 공유하는, 공유한 적이 있는 '젊음'이란 단어는 계속되는 실수와 좌절의 연속이다.
 이 한시적이고 특이한 시간 속에 사는 젊은이들은 때로 예상치 못한 사건들과 마주친다. 각자 개인의 일상에서 시시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신문에서 보도된 사건들이 갑자기 등장인물의 삶으로 개입되기도 한다. 2년 전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는 교차되며 인물들의 내면에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쏟아낸다. 바람직한 모습들이 아니라 끊임없이 일그러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책 속에서 주인공들이 공유하는 정서는 이 시기의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느끼기 힘든 혼란스러운 감정의 연속으로 보인다.

『들오리와 집오리의 코인로커』속 주인공들은 청춘의 한가운데에서 살아간다. 가능한한 여러 여자를 사귀는 것이 삶의 목표인 가와사키, 부탄에서 온 외국인 도르지, 도르지와 함께 사는 동거인 고토미, 2년 후 도르지가 사는 집 옆으로 이사오는 시나까지 그들은 청춘이라는 삶의 순간을 공유한다. 애완동물 살해범들과의 얽힘으로부터 시작된 진창의 고리는 도르지가 시나를 꼬드겨 서점을 습격하기로 모의할 때까지 끊어지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계속해서 잘못을 저지른다. 그들의 의도하지 않은 슬픔을 경험하면서 자신들의 감정을 각자의 방법으로 보상해 나가려 한다. 도르지는 고토미의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이 직접 고토미를 위한 복수를 실행한다. 잘못하는 것은 알지만 병에 걸린 가와사키의 자살까지, 그들의 시간 속에 녹아있는 것은 스스로도 어쩌지 못할 고통과 어그러짐의 연속이다.
 소설 속에서 밥 딜런의 노래는 언제나 특별한 기억을 상기시킨다. 도르지와 가와사키는 딜런의 목소리를 상냥한 신의 목소리라 단정한다. 신의 목소리는 착한 행동을 한 이들에겐 보상의 목소리지만 나쁜 행동을 한 이들에게는 단죄의 목소리다. 인생에 바람직한 모습과 대면하지 못하는 젊음에게, 신의 목소리는 구원이 아닌 질책의 목소리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가와사키와 시나는 밥 딜런의 녹음 테입을 지하철역 코인로커에 넣고 잠궈 버린다. 마치 신의 눈치를 피해 마음놓고 삶의 방황 속을 걸어가겠다는 두 젊은이의 각오를 담은 장면처럼 비친다. 그들은 멋대로 상처받고 허우적대도 괜찮을 것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꾸짖을 대상은 코인로커 속에서 나오지 못할 테니까.


http://qkstkak.egloos.com2007-12-15T05:40:440.31010
by 효모 | 2007/12/15 14:37 | 평범한 독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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