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기호품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커피'다. 커피가 없다면 내 밤샘과제는 불가능할 것이며 졸지않고 학교 수업에 참가하는 것은 무(모)한도전의 그것과 같다. 바쁜 사람들의 체내를 활성화시켜주는 고마운 음료 커피. 먹는 것에 만큼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고 싶었는데. 요새는 내가 먹는, 또는 먹고자 하는 음식들이 전부 한차례의 시장경쟁을 뚫고 명문대 우등생마냥 내 앞에 대령한 것 같다. 다들 자기네 커피가 맛있다며 여기저기 광고를 뿌려댄다. 난리가 났다.
커피의 경우 미국 자체의 문화라기 보다는 유럽 내에서 존재하던 뿌리깊은 문화가 미국으로 건너간 것일게다. 하지만 테이크 아웃 체인점의 경우-이건 완벽하게 미국식 거대 자본의 마케팅으로 굴러가는 소비행태다. 파리나 기타 유럽에서 제대로 운영하는 카페 중에 스타벅스처럼 대량으로 우후죽순 생겨나는 건 없다. 같은 브랜드로 평균을 맛을 보장함은 물론이요 사람들이 마음놓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내게는 수많은 커피전문점들이- 거대 자본을 위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허상의 이미지를 제공하는 '가짜'같다. 진짜 문화를 만들어내는 카페는 그 장소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그 자리에서만 존재하면 충분할 진대, 같은 것을 복제한 것 마냥 우후죽순 생겨난 커피전문점의 모습은 흉내쟁이의 그것같아 기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무척 개인적인 견해지만- 창밖을 바라보며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커피전문점 속 사람들의 모습도 커피 파는 곳만큼이나 기괴하다.
할리스 커피나 스타벅스 커피같은 거대 커피 체인점에서 커피를 사먹지 않게 되었다. 도무지 맛을 알 수 없다. 그곳 커피에서는 하릴없이 쓴맛이 난다. 아무리 스타벅스 간판 속 사이렌이 노래를 불러도 내 구매욕구에 불을 지를 순 없나보다.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가 내게는 최고다.(알고보니 이탈리아 3대 커피 브랜드 중 하나인 일리커피였다. 내겐 스타벅스가 아니기만 해도 고마운 노릇이다.)
근래에는 도너츠라는 음식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도너츠는 미국 서민문화를 대표하는 기호음식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삼겹살과 소주쯤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서양의 정서를 대표하는 음식인 도너츠가 얼마전부터 우리나라를 무대로 도너츠 전쟁이라 불리는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기본 빵은 하는 던킨 도터츠, 입안에 넣으면 뇌주름이 저릴만큼 달디 단 크리스피 크림, 근래에 들어 우리나라에 입점한 일본 브랜드인 미스터 도너츠,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도너츠 브랜드인 도노 스튜디오가 있다. 게다가 10월이 되면 엘비스 프레슬리가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광고에 출연할 만큼 애정을 보인 서든 메이드까지 합세할 예정이다. 즐길 수 있는 음식문화가 늘어났다는 것은 기쁘지만 왠지 생각없이 이 음식들을 즐기기에는 일면 씁쓸함이 남는다.
커피도 도너츠도 미국대중문화의 일부니까.

도너츠의 경우는 온전히 그 음식의 태생부터 미국의 역사 속에서 등장한다. 이것에 한에서는 괜히 미국이 문화에 대한 유서깊은 유럽의 전통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겠지.-_- 도너츠는 심슨 가족에 나오는 주인공 호머의 애완식이자 수많은 경찰들의 영혼의 양식이며 살을 찌우고자 덤벼드는 연기자들의 절친한 친구쯤 된다. 우리나라에는 던킨도너츠가 맨 처음 들어오고나서 한참 후에 크리스피 크림 도너츠가 들어왔다. 조만간 미스터 도너츠에 서던메이드까지 합세하면 한국에는 도너츠 전쟁의 기류가 흐를것이다. 던킨도너츠가 들어올 때는 고개도 안들고 크리스피에 이르러서는 너무나 단 도너츠에 뇌주름을 찡그리던 내가, 도너츠에 관심이 생긴건 전부 트랜스지방 제로의 도너츠가 생겼다고 광고가 났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그 동그란 도너츠를 먹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순정만화의 한장면처럼 도너츠 섭취를 낭만적으로 포장하는 버릇이 생겼다. 도대체 왜그런지는 이유 불명이다. 아마 미스터 도너츠 회사 로고에 나오는 폰데링을 얼굴에 낀 사자녀석 때문일거야.

-폰데라이온. 지 머리 위에 올려져 있는 폰데링을 먹고 있다.
한국에 원래부터 있었던 먹거리 문화도 아니고, 미국 심장부의 먹거리문화로 형성되있는 도너츠와 커피가 왜 이렇게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것일까. 아니, 처음부터 이야기하자면 먹거리부터 삶의 모습과 사회가 추구하는 출세지향형 성공의 가치까지. 미국과 왜이리 닮아있는 것이고 꼭 그래야 하는 걸까.
나는 분명 한국인인데 나를 구성하는 수많은 문화들은 내 뿌리의 그것과 다르다. 입안에 넣는 행복을 느껴야 할 음식에서 조차 경쟁과 과대포장의 냄새가 난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내 뿌리의 모습과 가장 닮은 음식을 먹어보고 싶은데. 어째 눈앞에 잘 보이질 않는다. 재래시장이 아니면 이제 그런거 보는건 불가능한건가. 잘 모르겠네.-_-
무엇을 먹고 싶어하는지도 희미해져서는, 모두가 맛있다고 하는 음식을 향해 손을 벌리는 내모습을 종종 보게된다. 조금만 생각을 하지 않으면 세상은 입맛에 이르기까지 온갖 보이지 않는 횡포를 부리는 것 같다.
정말 먹고 싶은건 스스로 만들어 먹던가 해야지. 이거 안되겠다. (근데 폰데라이온이 너무 귀엽다. 너무 귀엽다....에이씨..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