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영화제 개막식에 가다

 3회째를 맞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영화제 홍보는 여타 영화잡지를 통해 내실있게 소개되고 있더군요. 갓 걸음마를 땐 영화제지만 상영작들은 재미를 충분히 보장할 만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현재 국내 영화제는 부산, 전주, 부천에서 열리는 행사가 유명하지요. 제천영화제가 차별을 둔 점은 ‘음악’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부각시킨 점이랄까요. 짧은 제 생각으로 - ‘음식’ 영화제나 ‘청춘’ 영화제나 ‘퀴어’ 영화제- 이런 식으로 각 지방마다 영화제 해도 되겠네, 라고 가볍게 상상해 보았습니다만. 특히 전주에서 음식영화제를 하면 단박에 달려갈 것 같습니다.
개막식 일정에 맞추어 중앙선 기차를 타고 제천역으로 향했어요. 중앙선은 철길 주변이 대부분 험한 산지라 타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구간입니다. 중부지방에서부터 내리는 비는 운행 중에도 쉴새없이 내리더군요. 좁은 산길만이 보이던 풍경은 지나가고, 어느덧 청풍명월의 도시 제천에 도착했습니다.  

 영화제 홍보를 위해 시끌벅적할 줄 알았던 도시는 그저 조용했어요. 행사를 하나 개최하면 여기저기 시끌벅적한 광고물을 뿌려대는 서울과는 달랐습니다. 홈페이지에 제천역에서 셔틀버스가 있을 거라는 정보를 보고 역 근처를 돌아봤지만 어떤 팻말 표시도 보이질 않았어요. 이쯤되면 길치인 저는 불안해지더군요. 역 직원에게 문의를 한 다음에야 겨우 정류장을 찾아갈 수 있었어요. 버스는 십분 정도의 배차간격으로 운행되고 있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처음 만난 제천 아주머니(이분 덕분에 개막식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었습니다)와 대화하다보니 금방 버스가 도착했어요. 바로 버스를 타고 청풍호반으로 향했습니다. 작년에는 셔틀버스가 한적했다고 하지만, 저는 제법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을 맞대고’ 버스를 탔습니다. 운전사 아저씨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올줄은 생각지 못했다고 하시더군요. 외국인들도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청풍호반에 도착해 행사장입구에서 줄을 서니 6시 20분경에 사람들을 입장시켰습니다. 영화제의 특성상 젊은 사람들만 올 줄 알았던 건 제 짧은 생각이었어요. 지역 어른들도 많이 오셨더군요. 제천인구의 대부분은 노년층이라 문화행사를 열면 서울처럼 행사 참여도가 높진 않아요. 그래도 나이드신 분들은 적극적으로 지역행사에 참여하고 생활체육을 즐기신다는 제천 분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시는 자원봉사자 분 중에 젊은 사람만큼이나 할머니들도 많이 계셨으니까요.

개찰구를 지나 5분 쯤 걷다보니 개막식 행사장에 도착했습니다. 관객들은 무대근처에 좌석을 배정받아 안고 있는 동안 좌석 뒤 입구 쪽에서는 점점 많은 배우들이 행사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박중훈씨가 들어오고, 다음엔 영화제 홍보대사인 온주완과 이소연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연예인의 모습은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의외로 많이들 오셨더군요. 이지훈, 윤계상, 한석규 등의 연예인들이 무대앞 빈자리를 채울 때쯤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유지태와 임권택 감독이 왔다는 사실도 알게됬죠. 이문세 감독이나 민규동 감독도 충북의 작은 도시에서 개최하는 영화제를 위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박중훈과 클레지콰이 보컬 호란의 사회로 개막식이 시작됬어요.

영화제의 특성상 영화음악계에 큰 공헌을 한 분에게 시상하는 순서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로보트 태권브이의 음악을 담당한 최창권 감독님이 수상하셨습니다. 노구의 몸으로 제천까지 직접 휠체어를 타고 오셨죠. 시상 후 원미솔 음악감독이 이끄는 음악단원들이 최감독님의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수많은 작품을 하면서 비슷한 음악은 하나도 없었다는 감독님의 자부심이 후배 감독의 역량으로 부활하는 순간이었죠.
개막식을 마무리하고 개막작을 상영하는 것으로 모든 행사는 끝이 났습니다. 식이 끝나자마자 일어서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끝까지 자리에 남아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남아있었어요.
영화제가 개최된 횟수로 보면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행사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영화제가 튼튼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천 사시는 분들은 거의 무료로 영화감상이 가능해서인지 제천시민들의 참여도도 높았고요. 개막작인 원스는 9월달 개봉예정이더군요. ‘바람난 영화, 물만난 음악’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는 낭만적인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장소로 청풍호반만큼 어울리는 곳은 없었죠.


영화제가 시작된지 5일이 지났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영화제의 매력을 느끼셨겠죠. 음악과 영화로 눈과 귀를 모두 충족시키는 즐거운 영화제 기간 되셨기를 바랍니다.  
by 곰아가씨 | 2007/08/14 23:54 | 어설픈 영화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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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즈나캇세 at 2007/08/29 00:08
엉엉, 재밌었겠다.....아우....무릎이 나아야 혼자 돌아다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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