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문학이라는 개념이 머리 속에 박혀있지 않은 본인. 역사학도인 덕분에 판타지와는 조금 친분이 있다. 국내작가가 쓴 책으로는 룬의 아이들 윈터러를 울면서 본 기억이 난다만. 거의 내 독서 취향은 순수 문학에 가까웠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나 데미안을 읽는다는 것을 내심 자랑스럽게 여기곤 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도 사춘기를 지나 그 시절의 감정을 가슴으로 이해한 나에게 순수문학은 정신의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장르문학을 굳이 읽지 않은 이유가 몇가지 있었다. 첫째는 나의 낮은 과학점수가 SF를 읽는데 방해가 되었다. 둘째, 논리력이 딸리는 머리가 추리, 스릴러를 읽는데 방해가 되었다. 마지막 이유는, 장르 소설을 읽는 내 주변 지인은 대부분 타인과의 건강한 소통에 익숙하지 않은 자기 세계 속 주민들이었다. 그들은 부정적인 의미의 오덕후였던게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본인의 황홀경에 취해 주변사람은 생각않고 소리를 질렀던게 내 친구다.) 장르문학에 대한 부정적 편견은 판타지를 향한 나의 은근한 끌림을 제어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순수문학만으로도 읽을거리가 너무 많았다. 그마저도 귀찮아서 다 안보는 통에, 판타지와 탐정소설까지 챙겨보기엔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만화, 문학책, 신화책, 그림 그리기등 나름 멀티적인 문화취향을 자부하는 경지에 이르렀던 어느날이었다. 모 싸이트 블로그를 찾아가며 서평을 보던 내 눈에는 한 책의 홍보가 눈에 띄었다. - 장르문학 전문잡지, 판타스틱 창간. ...'이게 왠거냐.' 어린 시절에 가치 폄하에 열을 올렸던 장르문학에 관한 잡지에 관한 블로그 포스팅이었다. 게다가 초판이 매진. 척박한 국내 출판 시장 업계에서 매진이라니. 처음으로 장르문학에 대한 고무적인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설마 출판사가 초판을 극소량 찍어낸 건 아닐 것인데. 더군다나 20대 문화를 대표하는 컨셉을 가지고 잡지의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20대 학생들이 이런 종류의 책들을 많이 봤던가. 잘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 분야에 대한 편견은 그것에 대한 은근한 관심의 결과였을까. 주머니에서 6900원을 스스럼없이 꺼내들었다. 독서 시작. 그리고 좌절. 내 편견이 장르 문학의 다양성을 흡수했어야 할 나이의 나를 방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껏 알아온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뉘앙스의 이야기 구성, 지금 이 세계가 아닌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있었다. 판타지조차도 생소하게 보여졌지만, 오히려 그러한 생소함 덕분에 고정된 독서관에 의존하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좀 더 어린나이에 많이 읽었더라면 내 머릿 속에 온갖 즐거운 상상들이 떠다닐 수 있었을 것이었다. 어려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음으로서 스스로를 대단해 보이게 하고 싶었던 어린날의 허영은 막을 내렸다. 난 왜 이런 문학들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단 말인가. 로봇 3원칙을 몰라도 잘만 살았었는데. 마니아들은 이 잡지에 등장하는 기획기사를 전부 다 소화해 내는 듯 했다. 오히려 더 전문적인 글을 요구하는 의견을 잡지에 보내기도 하는 모양이다. 왠만하면 그들이 나같은 장르문학 문외한을 위해 조금 그런 의견을 내는걸 자제해줬으면. 그들이 오랜동안 장르문학에 대한 애정을 지닌 진정한 팬들인 것은 안다. 실제로 그 잡지는 그런 사람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책이겠지. 당분간은 기획기사를 지금처럼 친절한 내용으로 써주면 안되는걸까. 난 아직 장르문학에 대해 제대로 아는게 없다. 장르문학에 대해 알고 싶다. 오히려 주류 문학이 아니기에 훨씬 자유로운 인간의 이야기가 가능한 그 매력적인 세계에 대해. 무지한 독자는 오늘도 새로 나온 장르문학 잡지를 통해 새로운 문학의 세계를 탐색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훌륭한 내비게이션이 되어주길. 그대 내게 조금만 친절해 주신다면, 조금씩 장르소설의 맛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벌써 4호째 인가요. 읽고 있어요. 꾸준히. : 치사하게 판타지라곤 세계 3대 판타지 작품만 읽었다. 미야자키 고로의 함량미달 애니메이션인 게드전기를 보고나서 원작이 궁금하길래- 어스시 시리즈는 아주 최근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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